새벽 3시,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일 때문이었다. 파일을 보내놨었는데 아마 오류가 났나보다.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서 그 일 이외의 업무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잤다. 깊고도 얕은 잠에서 깨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모르겠다. 요즘은 글로벌 인재가 너무 흔하다. 똑똑한 인재들이 인성이 모자라 자꾸 사고를 치는 것을 보니 인재(人材) 인재(人災)일 수도.







서론이 길었다. 상뜨페쩨르부르크에서 맞는 두 번째 날, 한국에서 온 전화로 상큼하게 시작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덕분에 지금도 피곤하다. 왠만하면 호텔에서 조식을 먹지 않는데, 궁금해서 러시아 호텔 조식을 먹어봤다.
(사진 왜이렇게 크지...?) 아, 독특했다. 담아 온 것이 이정도인데 정말 접시에 놓아둘 엄두조차 나지않는 생선도 있었다... 저 보리같은 물질은 쌀이다. 죽같은 느낌의 음식은 마시멜로를 녹인듯한 맛이 난다. 파스타에 소스 없냐고 물어봤더니, 못 알아 들으신건지 왠 개소리람? 하는 표정으로 뭐라뭐라 하셨다. 와서 먹어봤더니 간이 되어있었다.... 아무튼 내일 조식은 먹지 않을듯.
조식을 먹고, 나름 꾸미고 거리로 나섰다. 날씨가 정말 좋다! 여름이었으면 오히려 너무 더워서 걷기에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아이스커피를 하나 사서, 온라인으로 신청해 둔 페테부르크카드(www.peterburgcard.com)를 찾으러 넵스키 대로를 쭈욱 걸었다.
*참고: 페테르부르크 카드!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박물관, 시티투어버스, 보트투어, 레스토랑 등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권 카드. 나는 2일권을 신청했다. 약 2300루블. 온라인으로 신청할 경우, 호텔로 직접 받을 수도 있고 (250루블 추가!), 나처럼 호텔과 가까운 인포메이션 센터로 찾으러 갈수도 있다)
수월하게 카드를 찾고(느낌이 좋다!), 여름궁전(뻬쩨르꼬프 성)을 가기위해 선착장으로 이동. 선착장은 넵스키대로 끝인 에르미타쥐 박물관 맞은편에 있습니다. 도우미 분들이 영어를 잘 하셔서,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Pier별로 목적지가 다름으로 물어보고 타자. 하지만 카드 찾는 곳에서 에르미타쥐까지 너무 멀었다. 카트 찾고 여름궁전 갈 계획 있으신 분들은 에르미타쥐미술관 바로 앞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찾으시면 편리합니다.
배를 타고 30여분 꾸벅 졸다보면 여름궁전에 도착합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팬케이크를 하나 사먹었는데 오히려 조식보다 나았다...
멋지다 여름궁전!!! 걷다보면 보이는 궁전에 압도당한다. 여기는 아랫공원. 하늘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외관부터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외관이다. 화려하고 시원하게 뿜어져나오는 분수대의 물줄기가 시원했다. 나는 여름궁전은 아랫공원만 관람했다. (이것도 너무 넓어...) 대궁전도 보면 좋았을텐데, 대궁전은 월요일은 휴관이다.
걷다가, 걷다가보면 많은 분수들을 만난다. 튤립 분수, 계단식 분수, 아담 분수... 마치 롤러코스터타이쿤 게임 속에서 조경으로 분수를 클릭해 내가 원하는 위치에 놓아둔 것 처럼, 멋진 분수가 곳곳에 숨어있는 미로같은 공원! 평생에 볼 분수 다 본 것 같다.
방금 대공원도 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한 거 전격 취소. 너무, 너무, 너무넓다! 한 2시간 걸었더니 다리가 탱탱 부어왔다. 화장품을 넣는 대신 휴족시간을 좀 사서 가져올걸 그랬어...
상뜨페쩨르부르크 카드로 여름궁전에 갈 수 있는 보트 편도선이 제공된다. 돌아올때는 사야한다는 말. (500루블) 아이폰 배터리가 없어 꺼두고 있었더니 시간을 헷갈려 무려 1시간 이후의 보트를 예매해버렸다! 몸 숨길 데 없는, 바람이 진짜 세게 부는 선착장에서 보트를 기다렸다. 성수선의 신작 에세이집을 읽었다. 한국 같았으면 1시간 못기다렸을텐데. 어쩔 수 없음이 주는 무기력한 편안함이 있다. 어쩔수없잖아? 기다려야지, 별 수 있겠어? 가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좀 조급해하지 말고. 올 배면 온다.
선착장이 너무추웠다. 몸살이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려서 바실리 섬으로 들어가기위해 에르미타쥐 반대편으로 다리를 건너갔다. (여기서부터 비극 시작) 바실리 섬에는 가보고싶었던 Cafe Ajabour와 파블롭스크 요새 및 성당이 있다. 하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0이여서 지도를 볼 수 없었고, 그래서 배가 너무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갈 수 없었고, 심지어 바실리섬도 크고 다리를 잘못 선택해서 요새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결국 만난 성당. (성의없쥬?) 하아, 힘들다. 당이 너무 떨어져서 아무데나 들어가서 샤슬릭(꼬치)와 보르쉬(수프)를 시켰는데, 아니 차가워? 게다가 맛이없어? 역시 관광지 내의 음식점은 기대할 수 없는겐가. 나와서 정처없이 걸었다 (지도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지도도, 핸드폰도 없었던 지난 여행들에서 깨달은 사실은 단 하나. 그냥 무조건 아는 높은 건물 찍고 거기로 냅다 걷는 거다. 한 1시간을 걸어서, 넵스키대로 쪽으로 가는데 지름길이 막혀있다? 알고보니 드라만지, 영화인지 촬영하는 중이더라.
나의 몸을 축내게한 선착장.
왜, 오래 걷고 나면 느껴지는 노곤함. 아 내체력은 여기서 끝난 것 같다는 아득한 기분. 뭐라도 먹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앉지 않으면 다리가 없어질 것 같은 기분. 거의 감각이 없는 채로 호텔에 도착. 페쩨부르크 일교차 너무 크다. 저녁에 너무 추웠다. 라이더재킷 안가져왔으면 진짜 큰일날 뻔 했다;
뭘 먹을까, 넵스키대로를 방황하다보니 벌써 9시. 대강 호텔 앞에 있는 레스토랑중 좋아보이는데에 들어갔다. 러시아 전통 음식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유명한 곳에 가고싶었는데, 그러기엔 내 체력과 시간이 모자랐다. 여행은 결국 에너지인 것 같다. 에너지의 총량을 조금씩 분배했어야 하는데, 걷는 데에 너무 많이 힘을 할애했다.
마티니로열을 시켰는데, 모히또처럼 나왔다. 잔에 LUCK IS AN ATTITUDE라고 적혀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구다. 저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삶의 태도가 결국 운을 만드는 걸까? 레스토랑에서 쉬림프를 시켰는데 베이컨을 주었다. 계산대에서 "I ordered a shrimp pasta, but you gave me bacon pasta. but it's ok, it dosen't matter." 라고 짧은 영어로 웃으며 말했는데 그가 쿨하게 응대했다. "i dont understand" 미안...
상뜨뻬쩨르부르크 2일차에 느낀 러시아
1. 의외로 위험하거나 무섭지 않다. 여자 혼자 여행이라 치안을 정말 걱정했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아직 스킨헤드 한명도 못봤다. 대신 경찰도 많이는 못봤다. 모스크바는 어떨지 모르겠다.
2. 슈퍼마켓이 어디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물 사고싶다. 칫솔도 새로 사고싶고, 과자도 구경하고 싶은데ㅜㅜ
3. 대륙 크기만큼 통이 큰건지, 왠만한 건축물과 관광지가 다 크다. 크고, 크다 커! 신발은 반드시 편한 것으로.
4. 영어 사용할 생각은 10%도 안해야한다. 정말 안통한다. 괜찮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법을 따라야하는데 러시아어 못하는 내잘못인 것 같다. 덕분에 기본적인 러시아어 (안녕,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실례지만, 얼마죠?)를 익힐 수 있었다.
5. 상뜨뻬쩨르부르크는 관광지가 몰려있어 매우 편하다. 왠만한 곳을 걸어서라던지,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다.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막상 밤이 되면 내일이 조바심이 난다. 볼게 많은데, 보고싶은데, 내일 다봐야하는데.
6. 현재 볼쇼이, 마린스키 모두 운영하지 않는다. 현장판매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 예매의 경우, Hermitage 극장은 USD로 176달러정도였다. (18만원정도일까?) 여기까지 와서 보고싶긴 한데, 평소 흥미도 없고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어 쿨하게 포기.ㅜㅜ
7. 러시아 음식점들은 의외로 인심이 후하다! 양이 많다. 내일은 꼭, 맛집에 가봐야겠다. 조식부터!
8.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러시아는 특히나 고유의 문화를 오랜 시간 축적해온 역사 때문인지 아는 만큼 확실히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내일 미술관, 그래서 걱정돼...
러시아 스타벅스. 모라써있는지는 못읽지만, 우리 스벅언니때문에 알수있따.... 마뜨로슈카 텀블러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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